"시뮬레이션으로 현실 로봇이 되다": 구글과 함께한 원정담 교수의 연구 여정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조교수 원정담입니다. 저는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합성하고 생성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학제간 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관련 분야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로보틱스, 그리고 생체역학이 있습니다.
국내 학계의 카테고리 안에서 제 연구 주제는 매우 독특한 편에 속합니다. 때문에 당시에는 국내에 해당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외 연구소에 취업하게 된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지원하고자 했던 팀의 매니저가 해당 연구 분야에서 매우 저명한 연구자였다는 점도 큰 동기 중 하나였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주변의 일류 연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소통하는지를 직접 배울 수 있었고, 그러한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지속적인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가장 큰 자산이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과정 재학 중 학과 사무실을 통해 관련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컴퓨터 분야 연구에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선도적인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의 장학생으로 선발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구글 본사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전까지는 주로 논문 한 편 단위로 연구를 바라보고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연구 소개서와 향후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 주제를 설계하고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처음으로 가졌던 것 같습니다.
최근 로보틱스 분야에 많은 발전이 일어난 것을 볼수 있습니다. 과거 대비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연구 주제의 대부분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로봇이나 유사한 가상의 캐릭터를 제어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15년 당시만 하더라도 시뮬레이션에서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면 실제 로봇을 다루는 많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기술은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학습 기법이 실제 로봇 제어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다른 로봇연구자들이 시뮬레이션 기술의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해서 믿고 있습니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서 제공된 멘토링 등 경험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누가 멘토가 되느냐, 그리고 그 멘토가 어떤 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경험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컴퓨터 비전 관련 업무를 하시던 한국인 구글 엔지니어 멘토가 배정되었고,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관련하여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박사후 연구원으로 다른 빅테크 기업에 지원해 일하게 되었을 때, 그 경험이 일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장학금을 받았던 당시만 해도, 제 연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거의 활용되지 않던 시기였는데, 구글 본사 방문 프로그램에서 만난 다른 인공지능 분야를 전공하던 친구들의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듣고서 제 분야에도 확실히 적용가능할 것이라는 용기를 조금 얻었던 것 같습니다.
구글이 연구 및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회사 내부는 물론 학계에 있는 많은 연구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한 자금 후원을 넘어,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도전적인 주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기능을 모델링하는 연구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구글과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정담 교수가 이끄는 인텔리전트 모션 랩(Intelligent Motion Lab) 연구실 학생들과의 단체사진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및 발표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과학과 컴퓨터 분야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며 생명과학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컴퓨터 분야에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 시각 인식, 강화학습 기반 제어 기술 등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기술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학계와 협력함으로써 전 세계 연구자들의 접근성과 융합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면, 꼭 지원해보시길 권합니다. 지원 여부 자체를 길게 고민하는 것 보다는 그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연구가 어떤 큰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고민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더라도, 도전하는 과정 그 자체로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꼭 지원해보세요